호두나무 잎사귀가 있는 저녁
-장철문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 하늘에
막 생겨나는 달이 있었다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 마음에
막 생겨나는 사람이 있었다
어스름 속에서 막 돋아난 달처럼
막 피어난 호두나무 푸른 잎사귀 사이로, 돋아나는
사람이 있다는 데 놀라고,
그 사람이 지금
곁에 없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데 또 놀랐다
어스름 바람에 팔랑이는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로, 그 사람도
달을 보고
내가, 그 사람에게 생겨나는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사람의 씽긋 웃는 웃음이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어두워지는 호두나무 잎사귀 아래서
그 사람을 보고, 다시
보고
호두나무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이 살을
감고,
달이 싱거워지고
검은등뻐꾸기 소리와 호랑지빠귀 소리에 귀가 기울고,
하늘에 떠 있는 그 사람이 싱거워지고
검은등뻐꾸기 소리와 호랑지빠귀 소리와 놀다가
그 사람이
저문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로 달을 두고 들어왔다
사람의 체취를 가진 호두나무와 안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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