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호두나무 잎사귀가 있는 저녁 / 장철문

주선화 2024. 9. 9. 08:23

호두나무 잎사귀가 있는 저녁

 

-장철문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 하늘에

막 생겨나는 달이 있었다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 마음에

막 생겨나는 사람이 있었다

어스름 속에서 막 돋아난 달처럼

막 피어난 호두나무 푸른 잎사귀 사이로, 돋아나는

사람이 있다는 데 놀라고,

그 사람이 지금

곁에 없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데 또 놀랐다

어스름 바람에 팔랑이는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로, 그 사람도

달을 보고

내가, 그 사람에게 생겨나는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사람의 씽긋 웃는 웃음이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 하늘에 떠 있었다

어두워지는 호두나무 잎사귀 아래서

그 사람을 보고, 다시

보고

호두나무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이 살을

감고,

달이 싱거워지고

검은등뻐꾸기 소리와 호랑지빠귀 소리에 귀가 기울고,

하늘에 떠 있는 그 사람이 싱거워지고

검은등뻐꾸기 소리와 호랑지빠귀 소리와 놀다가

그 사람이

저문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로 달을 두고 들어왔다

사람의 체취를 가진 호두나무와 안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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