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서울 / 김복희

주선화 2024. 11. 5. 10:28

서울

 

- 김복희

 

 

천사가 지상에 올 때마다

세상은 한층 일그러진다

균형을 잃으므로

 

천사가 지상에 왔다 갈 때마다

세상은 기우뚱거린다.

천사들이 건망증이 심하므로, 깃털을 떨어뜨리므로

 

월남전참전자회 회원들과 안국역에서 버스를 함께 탔다.

돈이 많다는 베트남 말을 

아직 기억하노라고.

건강하고 튼튼한 남자들이었다.

작년에, 그리고 재작년에 죽은 회원들 이야기

지나며

 

천사가 드문드문 보이다가 

안 보였다.

서울에는 참 실종되는 사람도 많네.

이번 주만 해도 도대체 몇 명인지.

분명히 있었는데 어떻게 사라지는 건지

 

버스가 급정차하는 건지 

천사가 떠나가는 건지

손잡이를 잡다가 크게 휘청, 사람들 사이

 

손자와 손녀 이야기, 재개발된 아파트 이야기,

그 어릴 때 갔어도 베트남 말로 돈은 기억난다는,

그 말이면 베트남 여자들이 다 웃어줬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실종된 사람들도,

죽은 형님들도 안됐지만

오늘은 서울에서 낮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오래간만에 사랑하는 형님들과 버스도 다 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서울로부터

우리들의 서울이 궁금해 햇빛 속을 한참 더 달렸다

천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볼 작정이었다.

 

그때에도

그들의 어린 등 뒤에도

천사가 있었으리라.

 

길을 쓸고

깃털을 모아 사람의 무거운 몸과 쌓아 함께 태웠던 일, 사이

 

그들 모르게

휘청,

서울까지 따라왔으리라.

 

 

ㅡ 2024년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