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절연 / 류한월
불꽃이 튄 자리엔 그을음이 남아 있고
뭉쳐진 전선 끝은 서로 등을 돌린 채로
흐르던 전류마저도 구부러져 잠들었다
구리 선을 품에 안은 검은색 피복처럼
한 겹 두 겹 둘러싸는 새까만 침묵으로
철로 된 마음속에서 절연되는 가족들
한 번의 접점으로 미세 전류 흐르는데
묻어둔 절연층엔 전하지 못한 말들이
심장의 전압 내리고 가닿은 길 찾으려
* 심사위원 <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경상일보
인사이더 식사법 / 오향숙
푸성귀 같은 날들 집으로 가져와서
큰 그릇에 버무리면 사람이 모여든다
내 편과 네 편의 입맛 한때는 겉돌아도
속속들이 배어든 유연한 참기름 말
제 각각 살아있는 뿌리의 속마음은
밖으로 내뱉지 않아 싸울수록 순해진다
싱거운 나의 하루 쓴맛이 녹아들어
혀가 만든 비법 하나 스며든 인사이더
싱싱한 유일한 재료 입 닫고 귀를 연다
* 심사위원 <김영재 시조시인>
경남신문
소원의 가격 / 최태식
소원 판매점에는 기도값이 각각이다
산중턱에 자리한 바람이 줄을 설 때
양초는 제 몸에 쓰인 문구에 집중한다
절박한 크기마다 생각이 많아져서
정갈하게 모셔 놓아 소원이 즐비한 집
기도발 소문에 끌려 사람들 모여든다
몸 낮춘 자리마다 촛불은 뜨거워져
쉽게 살 수 없는 꿈 저마다 간절한데
묵중한 내일 앞에서 오늘은 빈 몸이다
* 심사위원 <이달균,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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