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25년 서울신문 (외 2편) 시조 당선작

주선화 2025. 2. 9. 16:49

달을 밀고 가는 휠체어

 

- 박락균

 

 

물비늘 일으킬 때 주저앉는 여름밤

내려온 눈썹달이 당신 뒤를 밀어주면

휠체어 해안선 따라 바퀴가 걸어간다

 

당신의 마디마디 달의 입김 스며들어

번갈아 끌어주는 밀물과 썰물 사이

눈동자 물결에 멈춰 어둠을 다독인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뭍에서 사는 동안

파도만큼 추렁여 눈 뜨고 산 새벽처럼

발자국 병상에 누워 허공을 걷는 어머니

 

 

*심사위원 <이근배, 한분순 시조시인>

 

 

 

한라일보 시조 당선작

 

 

뜨게질하는 여자

 

- 박숙경

 

 

맞은편 유리창 속 나 같은 여자 하나

구겨진 종이 가방 무릎 사이 세워놓고

안뜨기 바깥뜨기로

남은 오후 짜 늘이네

 

실마리 움켜잡고 내달리는 두 개의 손

바늘 끝 시선까지 한 코씩 엮어내면

상상을 더하지 않아도

이미 따뜻한 겨울

 

살다 보면 가끔씩 그럴 때 있기도 해

덜컹 덜컥 흔들리다 저절로 아귀 맞는

 

까무룩 졸다 깨보니

한 뼘이나 자란 오후

 

 

*심사위원 < 고성기, 김희운, 홍경희 시조시인>

 

 

 

2025년 오륙도신문 시조 당선작

 

비대칭 모임

 

-한 정

 

 

하현달 기울이다 벽에서 일그러질라

급하게 서두르면 평면 사이 어려운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금 쩍 가면 난감하지

 

파도가 밤새도록 벼린 날 집어삼켜

현 위치 가늠 못 해 어느 때 낮이 올지

끝과 끝 서로 맞닿아 부메랑이 되어올까

 

바다는 마음 없이 가만히 두고 볼 일

야위다 풍성하다 저 혼자 여유롭게

선대칭 데칼코마니 회정축에 포갠다

 

 

* 심사위원 <정유지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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