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25년 조선일보, 농민신문 시조 당선작

주선화 2025. 1. 31. 16:02

취급주의
 
- 한승남
 
 
계단을 오르내리며 슬픔을 운구한다
얼굴 없는 수취인 이름도 희미해졌다
똑똑똑 대답 없는 곳
긴 복도가 느려진다
저 많은 유품들은 누가 보내는 걸까
주문을 외우면 외로운 착각의 세계
반품도 괜찮을까요
열지 못한 사연들
상자도 사람도 구석에서 자라고 있다
유리 같은 마음입니다 던지지 마세요
날마다 포장된 시간
기적을 쌓는다
 
 
* 심사위원 <정수자 시조시인>
* 심사평 : 택배와 함께 나날을 사는 현 세상의 면목을 '취급주의'로 집어낸 발상과 이면의 성찰이 울림을 준다
 
 
 
농민신문 시조 당선작
 
어떤 광합성
 
-김영곤
 
 
병실에 누워있다, 깡마른 나무 한 그루
한뉘 내내 둥근 세상 사각 틀로 깎아내다
제 몸을 보굿*에 끼워
몸틀처럼 앙버티는,
 
무엇을 기다릴까, 천 개의 귀를 열고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이
끝내는 해독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저 왔어요 한 줌의 말 광합성이 되는 걸까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고집 센 심장박동기
뿌리째 팽팽해지는,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 데우며
절단된 둘째손가락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 보굿: 나무껍질의 순 우리말.
 
* 심사위원 < 서숙희, 강현덕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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