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코끼리 코는 CO-CO / 이만영

주선화 2025. 3. 25. 16:12

코끼리 코는 CO-CO

 

-이만영

 

 

나는

코끼리 구름 공장 알바생

 

히바스커스의 꽃말*을 좋아하지

 

내 주 업무는

떠도는 구름을 생포하는 일

 

하늘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지

 

코끼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뭘까?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이거나

외곽이 또렷한 슬픔이거나

 

커다란 손바닥과 귀를 가진 그물은

불행한 구름을 오려두거나 포획하는데

 

아주 유용하지

 

생포한 핑크를 너에게

안겨주고 싶어

 

가끔

코끼리 구름의 허벅지에 상처가 나면

분홍빛 피가 흐르지

 

구름이

버리고 간 석양 무렵의

아기 코끼리들을 뭐라 부를까?

 

새털구름, 털쌘구름, 높쌘구름,

양떼구름, 달무리구름 ....

 

뿌리 뽑혀

바람에 쿡쿡 찔리는

 

CO-CO의

분홍빛 엉덩이 좀 봐

 

 

*섬세한 아름다움. 남몰래 간직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