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에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
하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몬,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추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
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
요, 쉬 -
쉬 !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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