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 / 원구식
떼어버릴 수도 없고
아니, 그렇다고 해서
같이 살수도 없는
치질같은 사랑이 있다. 깊은 밤
고통 속에 홀로 일어나
튀어나온 치질을 밀어 넣을 때, 문득,
창밖에 흩어내리는 눈, 치자꽃보다
희디 흰 눈, 무릎을 끓고
잘못했다, 용서해라,
지난 시절 내가 키운 것은
사랑이 아니라 원한이였구나, 수없이
빌면서, 나는 또 속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을
지독한 결별을 준비했다.
치정이여, 사랑의 말기암이여,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줄 수 없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