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엎드린 개처럼 /문태준

주선화 2008. 6. 25. 17:02
엎드린 개처럼/문태준



배를 깔고 턱을 땅에 대고 한껏 졸고 있는 한 마리 개처럼
이 세계의 정오를 지나가요
나의 꿈은 근심없이 햇빛의 바닥을 기어가요
목에 쇠사슬이 묶인 줄을 잊고
쇠사슬도 느슨하게 정오를 지나가요
원하는 것은 없어요
백일홍이 핀 것을 내 눈 속에서 보아요
눈은 반쯤 감아요, 벌레처럼
나는 정오의 세계를 엎드린 개처럼 지나가요
이 세계의 바닥이 식기 전에
나의 꿈이 싸늘히 식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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