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늙은 산벚나무

주선화 2009. 6. 27. 09:21

늙은 산벚나무 / 송찬호

 

 

앞으로 늙은 곰은 동면에서 깨어나도 동굴 밖으로

나가자 않으리라 결심했는 기라

동굴에서 발톱이나 깎으며 뒹굴다가

여생을 마치기로 했는 기라

 

그런데 또 등이 근질거리는 기라

등이며 어깨며 발긋발긋해지는 기라

문득, 등 비비며 놀던 산벚나무가 생각나는 기라

 

그때 그게 우리 눈에 딱, 걸렸는 기라

서로 가려운 곳 긁어주고 등 비비며 놀다 들킨 것

이 부끄러운지

곰은 산벚나무 뒤로 숨고 산벚나무는 곰 뒤로 숨어

그 풍경이 산벚나무인지 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우리는 한동안 산행을 멈추고 바라보았는 기라

중동이 썩어 꺾인 늙은 산벚나무가

곰 발바닥처럼 뭉특하게 남아 있는 가지에 꽃을

피워

우리 앞에 슬며시 내미는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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