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겨울밤

주선화 2009. 7. 4. 11:38

겨울밤/ 박목월

 

 

천장 구멍에서 쥐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두 개의 수염이 쫙 뻗은

조붓하고 조그맣고 놀란 얼굴.

 

쩡쩡 얼음이

어는 밤.

얼음 위에 바싹바싹 달빛이

부서지는 밤.

 

오오, 추워라.

아랫목 이불 속에 우리 아기가

고개를 푹 파묻었다.

방에는

일렁일렁 흔들리는 그림자.

아직도 아버지는

글을 쓰시는데

저절로 전등이 흔들리는 밤.

 

천장 구석에 쥐가

쥐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새까만 두 눈이 또록한

쪼붓하고 조그맣고 놀란 얼굴.

 

오오, 추워라

쩡 울린 저 소리는

추위에 날무대가리가 터진 게지.

추위에 독이 갈라진 게지.

새끼 있는 구멍으로

어서 가 자거라.

 

 

*박목월/ 1916년 경북 상주 출생.1939년 <문장>으로 등단

저서/<문장의 기술><청록집><무순><물새알 산새알>등 1978년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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