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박목월
천장 구멍에서 쥐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두 개의 수염이 쫙 뻗은
조붓하고 조그맣고 놀란 얼굴.
쩡쩡 얼음이
어는 밤.
얼음 위에 바싹바싹 달빛이
부서지는 밤.
오오, 추워라.
아랫목 이불 속에 우리 아기가
고개를 푹 파묻었다.
방에는
일렁일렁 흔들리는 그림자.
아직도 아버지는
글을 쓰시는데
저절로 전등이 흔들리는 밤.
천장 구석에 쥐가
쥐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새까만 두 눈이 또록한
쪼붓하고 조그맣고 놀란 얼굴.
오오, 추워라
쩡 울린 저 소리는
추위에 날무대가리가 터진 게지.
추위에 독이 갈라진 게지.
새끼 있는 구멍으로
어서 가 자거라.
*박목월/ 1916년 경북 상주 출생.1939년 <문장>으로 등단
저서/<문장의 기술><청록집><무순><물새알 산새알>등 1978년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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