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白碑

주선화 2010. 5. 3. 17:12

白碑 / 이성부

 

 

감악산 정수리에 서 있는 글자가 없는 비석 하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씀을 지녀

입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일 다 부질없으므로

무량무위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저리 덤덤하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을

저렇게 밋밋하게 그냥 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뒤 늦게 알아차렸습니다

 

 

* 시집 / 도둑 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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