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들 / 천양희

주선화 2011. 5. 29. 11:37

들 / 천양희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서

넓이는 가지는 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은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은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내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리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