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 천양희
올라갈 길이 없고
내려갈 길도 없는 들
그래서
넓이는 가지는 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
더 넓은 들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은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은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내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리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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