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 임종 순간 마지막 썼던 4행의 시
용산에서 / 오규원
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詩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 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와
이상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사기도
사기의 확실함도
확실히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詩에는 아무것도 없다. 詩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生밖에.
남아 있는 우리의 生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새와 나무 / 오규원
가을이 되어
종일
맑은 하늘을 날다가
마을에 내려와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만나면
새도 잘 익은 열매처럼
가지에
달랑
매달려 본다
다리를 오그리고
배를 부풀리고
목을 가슴 쪽으로 당겨
몸을 동그랗게 하고
매달려본다
그러면 나뭇가지도
철렁철렁
새 열매를 달고
몇 번
몸을 흔들어본다
* 오규원 = 1941년~ 2007년
'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의)항암 약용 (0) | 2013.07.10 |
---|---|
[스크랩] Re: 지천명무엇인가요 왜 50세를 지천명이라고 하는거죠? (0) | 2012.04.28 |
노자 ㅡ 도덕경 ㅡ 도경 / 퍼옴 (0) | 2011.06.20 |
장자의 제물론 / 퍼옴 (0) | 2011.06.20 |
우리말 (0) | 2011.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