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 / 유홍준
ㅡ 장마
북천에서의 생존전략은
무기력,
빗방울이 수 만번 두들겨 패도
구멍 하나 뚫리지 않는 오동잎처럼 무기력,
우두커니 밖을 내대보다가 멍하니 서 있다가 나는 한 나절을 다 보내네
누군가 내 배를 탁 걷어차면 나는 오동나무 아래
두꺼비처럼 죽은 듯이 뒤집어져 있으려네
북천에서의 생존전략은
무기력,
막숫물 받는 고무 다라엔
대궁 약한 연꽃 몇 포기가 흔들리네
빗방울이 수만 번 두들겨 패도 그저 고개를 숙이고 견디고 있네
우산 쓰고 홀로 들길을 걸으며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노래를 불러보네
북천에서의 생존 전략은
무기력,
비에 젖은 나무둥치를 만진 손바닥을 나는 낙숫물에 씻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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