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유라시아 / 김재근

주선화 2015. 7. 13. 11:36

유라시아 / 김재근

 

체리, 봄밤을 생각해요

흐린 저녁이 오고 물안개 피어나요

안개꽃 한 타래 눈동자에 흩어질 때

체리, 입술에 숨겨둔 당신의 색이

창문에 피어나요 초원은 푸르고

나비처럼 눈동자가 자라나

봄밤은 숨이 차요

체리, 입술은 벌어지고

색은 왜 이리 달콤할까요

호수 위로 걸어온 나무들이

젖은 몸을 누이고

수면은 스르륵 나무들을 껴안아 주어요

체리, 몰디브의 바다색 기억하나요

수상에 지은 물의 궁전

아기들의 찬송과 저녁기도 소리 들리나요

조그만 손등으로 호수에 눈을 씻고

아침을 맞이해요

자라나는 채소와 부신 햇살

빙하가 침식되어 흐르는 영혼처럼

안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양모에 평화를 누일 시간

체리, 봄밤을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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