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봄 / 신달자
영하 20도
가장 높은 나무 위에 나를 놓아둔다
가지가 휘청거리는 순간
전력을 기울여 가지를 잡는 아찔한 순간
지상에는 나뭇가지 하나 뿐이야
내 생애 가장 가까운 몸
이미 가지로 이동돼버린 내 몸
가지보다 더 가느다랗게 휘청대는 생명
지상엔 한 찰라 내가 없었다
온 몸을 뻗어 가지가 되려는 의지만이 불꽃되어
얼음바람에 타 오르고
드디어 생명 하나 파르르 떨며 숨이 자지러 질 때
혹한 바람이 마지막 잎새까지 지우려는 찰라
내 몸 업은 가지 우드득 꺾이려는 그런 찰라
지상에서 가장 애뜻한 언어는 무엇인가
혀가 잘려도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그 무엇이라고 생각되는냐?
겨울 수업은
오늘 종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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