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검은 장미는 붉다 외 1편 / 주선화

주선화 2019. 3. 29. 09:48

검은 장미는 붉다

                                         주선화 



 

장미 계단 앞에서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겨우 한 발을 내디디려했을 뿐인데

 

검은 장미는 담장을 따라

제 그림자를 계속해서 떨어뜨린다

 

장미는 붉고

나는 어둡다

 

가시는 제 꽃잎을 찌르는 깜깜한

장미의 터널 속으로

아무도 모르는 황홀한 길을 낸다

 

그래서 장미는 저리 붉은가

 

 

 

 

목어가 물을 따라 돌아간다

 

 

신흥사 절간 마당 목어 한 마리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푸른 숲속 새들이 날아가다 말고

파란만장 꽃들로 핀다

활활 불꽃을 얻어

 

절 한 채 차지하고 앉아

세상 구경 두루두루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무산스님 저 세상으로 가벼이 날아가나 보다

 

*무산스님의 열반송

 

 

  * 2019년  시인정신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