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폐선 / 주선화

주선화 2019. 5. 17. 10:40

폐선

                          주선화

 

 

거대한 석회암절벽에 갇혀

낡아 가고 있는 그늘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다

 

크루즈가 내다 버린 사람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들고

선글라스 너머 태양을 따라가기도 하고

 

한 때의 바다가 한 척의 배를 지운 채

산뜻하게, 부드럽게 편서풍을 맞는다

 

파도보다 높은 위용을 자랑하던 자존심으로

눈부신 백사장에 정박해 떠날 줄 모르는

 

바람이 바뀌면 썰물과 함께 고요가 오고

다시 별빛을 가득 싣고 먼 나라로

출항을 알리는 고동을 울리면

 

버려졌던 곳을 버리고 돌아간 사람들은

그곳에 남겨진 낡은 배의

밤은 더 이상 꿈꾸지 않을 것이다



* 2019년 시와 시학 여름호 해양시 특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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