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유리병 속엔 그가 살고 있다
주선화
여러 개의 종들이 일제히 소리를 음각하면
골목을 따라 길어진 그늘들은 다른 그늘을 덮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스미지
오랫동안 어둠과 이종교배종인 자정이 다정하게 손을 흔들지
너와 나는 이제 입술을 부딪칠 수 있어 비빌 수도 있어
자정은 더 다정하게, 다정은 더욱 은밀하게
키스는 물러서지 않고 더 물러지지도 않고
말랑말랑 조여 오는 입술을 깨물지
분양해 온 키싱구라미는 유리병 속에서 알몸을 들키지
아쿠아리움은 자정을 빠져나와 깊은 바다를 삼키지
삼킨 바다는 동그란 원이 아닌
사각의 틀 속에서 얌전하지
너의 영역은
투명이야
* 2018년 경남문학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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