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자정의 유리병 속엔 그가 살고 있다 / 주선화

주선화 2018. 12. 13. 10:52

자정의 유리병 속엔 그가 살고 있다

                                                   주선화  

 

 

여러 개의 종들이 일제히 소리를 음각하면

골목을 따라 길어진 그늘들은 다른 그늘을 덮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스미지

 

오랫동안 어둠과 이종교배종인 자정이 다정하게 손을 흔들지

 

너와 나는 이제 입술을 부딪칠 수 있어 비빌 수도 있어

자정은 더 다정하게, 다정은 더욱 은밀하게

 

키스는 물러서지 않고 더 물러지지도 않고

말랑말랑 조여 오는 입술을 깨물지

 

분양해 온 키싱구라미는 유리병 속에서 알몸을 들키지

아쿠아리움은 자정을 빠져나와 깊은 바다를 삼키지

 

삼킨 바다는 동그란 원이 아닌

사각의 틀 속에서 얌전하지

 

너의 영역은

투명이야


* 2018년 경남문학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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