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사과 한 입 깨물어 / 주선화

주선화 2019. 3. 29. 09:41

사과 한 입 깨물어

                          주선화 



사과를 한 입 깨물었을 때

이가 시렸다

 

시린 이가 버린 사과는 누렇게 변색된 징조를

알아채지 못했다

 

나의 사과는 나의 갈비뼈 하나가 키운

새빨간 거짓말

 

아무리 반지르르 하게 윤기가 돌아도 너의 입술과 닿을 때

사과는 이미 맛을 잃었다

 

맛은 입술이 기억하는 사과의 첫 음성

 

사과가 사과를 전하기 위해서는 붉은

차가운 심장을 버려야 한다


* 2019년 종합문예지 한국작가 봄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