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나와 문학관 / 주선화

주선화 2019. 4. 20. 15:33

벚꽃 잎 흩날리는 사월의 문학관 / 주선화

 

 

 

진해에 위치한 경남문학관은 매년 4월이 되면 벚꽃이 만발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문학관이었지만 내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시를 배우면서 알게 된 문학관은 문인들의 아지트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인들의 공연장이자 예술인들의 아지트에 내가 감히 함께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도 등단을 하고 시인으로서 문학관 축제의 장에 시를 낭송할 기회가 주어졌다.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여러 문인들을 앞자리에 모시고 시를 낭송하다니, 새내기로서는 떨리기도 하고 녹록한 자리는 아니었다.

그 떨림은 낭송 중간 중간 내게 전달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오늘도 여전히 문학관에 흩날리는 벚꽃 잎처럼 그때의 떨림은 그대로 남아 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그날 이 시를 낭송하면서 마음이 조급했는지 너무 빨리 낭송이 끝나버렸다

처음 낭송을 갖는 자리여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게 낭송은 끝나 있었다. 외우고 또 외우고 천천히 또박또박 연습할 때는 그렇게 잘 되더니 막상 무대에 서니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리고 어떻게 무대를 내려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등단을 한 지 십년도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원로문인들은 어렵다. 문학관 드나들기도 쉽지가 않다. 그러나 시인으로 사는 동안 4월이 오고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언제나 경남문학관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시를 낭송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추억 한 자락이 오늘 나를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