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천칭 / 이주언

주선화 2021. 4. 19. 10:58

천칭

 

ㅡ 이주언

 

 

내 손바닥에

양팔을 벌린 내가 서 있다

 

가운뎃손가락 끝에 침을 놓으면 파르르 눈꺼풀의 떨림이 멈추기도 했다 미세한 바늘구멍은 나를 통과하여

 

먼 우주로 이어진 길인지도 모른다

 

강물처럼 흐르다 멈춘 손금처럼

짧았던 사랑도 한때 유행가처럼 빛나던 사람도

 

어느새 야위어진 운명 앞에 섰다

밤하늘 올려다보면 우리의 별자리도 흐릿해졌는데

 

내 속에 터를 잡은 당신이 부풀어 오른다

당신이라는 토양 위에 나도 자란다고 믿고 싶은

당신은 광활하다

 

손바닥에 나무와 풀이 무성할수록

풀벌레 소리, 욕망과 기도 소리 쌓여갈수록

내 저울은 우매함 쪽으로 기울어진다

 

가만히 손바닥 들여다보면

기우뚱, 절반의 생애가 이미 추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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