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칭
ㅡ 이주언
내 손바닥에
양팔을 벌린 내가 서 있다
가운뎃손가락 끝에 침을 놓으면 파르르 눈꺼풀의 떨림이 멈추기도 했다 미세한 바늘구멍은 나를 통과하여
먼 우주로 이어진 길인지도 모른다
강물처럼 흐르다 멈춘 손금처럼
짧았던 사랑도 한때 유행가처럼 빛나던 사람도
어느새 야위어진 운명 앞에 섰다
밤하늘 올려다보면 우리의 별자리도 흐릿해졌는데
내 속에 터를 잡은 당신이 부풀어 오른다
당신이라는 토양 위에 나도 자란다고 믿고 싶은
당신은 광활하다
손바닥에 나무와 풀이 무성할수록
풀벌레 소리, 욕망과 기도 소리 쌓여갈수록
내 저울은 우매함 쪽으로 기울어진다
가만히 손바닥 들여다보면
기우뚱, 절반의 생애가 이미 추락 중이다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비아 / 여태천 (0) | 2021.05.06 |
---|---|
금연에 대한 우리의 약속 / 김중일 (0) | 2021.04.21 |
꽃이라니! / 강순 (0) | 2021.04.09 |
명화의 맛 / 김현지 (0) | 2021.04.05 |
모자입니까 / 이귀영 (0) | 2021.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