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단시조 읽기

주선화 2021. 9. 9. 15:29

미궁

 

ㅡ 박기섭

 

 

  끈 풀린 신발 한 짝 길섶에 버려져 있다 미차 수습지 못한 짧은 비명의 흔적 다급히 오그라붙은 캄캄한 저 바큇자국

 

 

 

목련

 

ㅡ 이근배

 

 

누이야

네 스무살 적

이글거리던 숯불

 

밤마다 물레질로

뽑아 올리던 슬픔

 

누이야

네 명주빛 웃음이

눈물처럼 피었다

 

 

 

벽壁

ㅡ 겨레여, 한반도여

 

ㅡ 이정환

 

 

이룰 수 없는 만남이

이루어 놓은 고요

 

돌로도, 무지개로도

어쩌지 못할 고요

 

수천만 새 떼들이 부딪쳐

피 흘리며 세운 고요

 

 

늦저녁

 

ㅡ 정수자

 

 

거기

혼자 밥 먹는 이

 

등에서 문득

주르르륵

 

모래 흘려내려

어둠 먹먹해져

 

지나던

소슬한 바람

 

귀 젖는다

 

嗚沙........

 

 

덩굴 손

 

ㅡ 최영효

 

 

엎드려

기어가리

 

기어서

울어가리

 

맨손 맨발로 나서

맨몸으로 죽어가도

 

내 청춘

땅을 가르고

벌거숭이로 왔듯이

 

 

 

ㅡ 홍성란

 

 

멍든

섬을 깎아

모래를 나르는

파도

 

천 갈래 바닷길이여, 만 갈래 하늘길이여

 

옷자락 다 해지도록 누가 너를 붙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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