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ㅡ 박기섭
끈 풀린 신발 한 짝 길섶에 버려져 있다 미차 수습지 못한 짧은 비명의 흔적 다급히 오그라붙은 캄캄한 저 바큇자국
목련
ㅡ 이근배
누이야
네 스무살 적
이글거리던 숯불
밤마다 물레질로
뽑아 올리던 슬픔
누이야
네 명주빛 웃음이
눈물처럼 피었다
벽壁
ㅡ 겨레여, 한반도여
ㅡ 이정환
이룰 수 없는 만남이
이루어 놓은 고요
돌로도, 무지개로도
어쩌지 못할 고요
수천만 새 떼들이 부딪쳐
피 흘리며 세운 고요
늦저녁
ㅡ 정수자
거기
혼자 밥 먹는 이
등에서 문득
주르르륵
모래 흘려내려
어둠 먹먹해져
지나던
소슬한 바람
귀 젖는다
嗚沙........
덩굴 손
ㅡ 최영효
엎드려
기어가리
기어서
울어가리
맨손 맨발로 나서
맨몸으로 죽어가도
내 청춘
땅을 가르고
벌거숭이로 왔듯이
섬
ㅡ 홍성란
멍든
섬을 깎아
모래를 나르는
파도
천 갈래 바닷길이여, 만 갈래 하늘길이여
옷자락 다 해지도록 누가 너를 붙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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