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너라는 비밀번호 / 정상미

주선화 2021. 5. 21. 10:24

너라는 비밀번호

 

ㅡ 정상미

 

 

너를 열 땐 언제나 처음부터 진땀이 나

쳇바퀴 다람쥐처럼 단서들을 되짚는다

비밀은 물음표 앞에

굳게 닫혀 덧댄 빗장

 

하루에도 여러 번씩 바뀌는 네 취향은

여기저기 흩어놓은 서투름과 내통해도

자물쇠 가슴에 숨어

드러나지 않는다

 

네 날씨 풀어내려 구름 표정 살펴보다

숨겨둔 꽃대라도 찾아낼 수 있을까

불현듯 네가 열린다

꽃숭어리 활짝 핀다

 

 

 

햇빛 의자

 

 

속울음 번진 공터 의자 하나 누워 있다

 

슬픔을 배양하는 근심은 움푹해서

 

봄 입구 무료급식소는 한쪽으로 기운다

 

무너지는 무릎들은 어디서 쉬어야 하나

 

조그만 오두막은 끼니마다 리필이 돼도

 

그들은 오갈 곳 없어 오는 밤이 두렵다

 

햇살이 그려놓은 의자 위 오선지에

 

흔들리는 어깨가 음표로 와 누울 때

 

날마다 살아내는 비루, 왈츠로 일어선다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시조 읽기  (0) 2021.09.09
단시조 읽기  (0) 2021.09.09
붉은 신발 / 김진숙  (0) 2021.05.20
페이스메이커 / 정상미  (0) 2021.04.14
잔칫집 / 조경선  (0)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