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감상 / 박소란

주선화 2021. 11. 9. 11:30

감상

 

ㅡ 박소란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