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불씨 꺼내 점등을 하다
-조은설
짧은 가을 해가 덧문을 걸어요
올해는 고추 당초 매울 거라는 거우살이
한 무리의 철새들이
정든 도래지를 떠나려 해요
품속 깊이 묻어둔
그리움의 불씨 꺼내 점등을 하고
바람의 갈기엔
두 날개를 꼭꼭 비끄러매지요
한 바퀴 호수를 돌며 나이테를 감은 후
젖은 눈으로 인사를 하지만
잠시 다녀올 길, 아무도 떠난다 말하지 않아요
새벽이 오면
차렵이불 꺼내 덮어주던 물안개,
잘 익은 노을의 쇄골이 얼비치던
까만 눈동자들은
수만 킬로 여행길의 연료가 될 거예요
머릿속에 그려둔 지도, 그 검은 입속으로
풍덩 풍덩
뛰어드는 철새들
한 옥타브 목울대 끌어올릘 때마다 쏟아지는
비릿한 갯내음들
물소리들
등푸른 날갯죽지 힘껏 밀어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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