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두모악
-주선화
잠시 머무는 바람이었나
잠시 흘러가는 구름이었나
이월, 갤러리, 비 온 자리
우수雨水 날에 진달래가
아직 입을 활짝 벌리지 않은 날
57년, 동갑내기, 닭띠
루게릭병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갔다지
슬픔이 나를 바라보는 듯 비 온 뒤
젖다
새로 날았다가 앉아버린 둥지처럼
넌 지금 어디 있니
용눈이 오름에 앉았니
바람 속으로 숨었니
마흔여덟이라는 짧은 생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
요망한* 정원에서 사진으로 앉았다
감나무 아래 제단齊壇
침묵은 바람 소리조차 숨죽인다
작다란 토우와 도란도란 마주 앉았다
입에 넣을 쌀은 없어도
필름을 사서 사진을 찍었다는 영갑이
지금도 오름 턱 거닐고 있다
진한 담배 향기에 가슴 구녕 뚫랑
현무암처럼 검고 숭숭하다
제주 천 리 길 바람과 바다 그윽하다
*제주 지역어. 아기자기 두루 갖추고 볼만하다는 뜻
*경남문학 겨울호(141)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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