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갤러리 두모악 / 주선화

주선화 2022. 12. 14. 11:06

갤러리 두모악

 

-주선화

 

 

 

잠시 머무는 바람이었나

잠시 흘러가는 구름이었나

이월, 갤러리, 비 온 자리

우수雨水 날에 진달래가

아직 입을 활짝 벌리지 않은 날

57, 동갑내기, 닭띠

루게릭병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갔다지

슬픔이 나를 바라보는 듯 비 온 뒤

젖다

새로 날았다가 앉아버린 둥지처럼

넌 지금 어디 있니

용눈이 오름에 앉았니

바람 속으로 숨었니

마흔여덟이라는 짧은 생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

요망한* 정원에서 사진으로 앉았다

감나무 아래 제단齊壇

침묵은 바람 소리조차 숨죽인다

작다란 토우와 도란도란 마주 앉았다

입에 넣을 쌀은 없어도

필름을 사서 사진을 찍었다는 영갑이

지금도 오름 턱 거닐고 있다

진한 담배 향기에 가슴 구녕 뚫랑

현무암처럼 검고 숭숭하다

제주 천 리 길 바람과 바다 그윽하다

 

 

*제주 지역어. 아기자기 두루 갖추고 볼만하다는 뜻

 

 

*경남문학 겨울호(141)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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