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가포, 동백 / 주선화

주선화 2021. 9. 9. 15:33

가포, 동백

 

ㅡ 주선화

 

 

마산결핵병원 지나는데요

임화 시인과 지하련 소설가가 머물던 병원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지요

물새들의 발자국을 한땀 한땀 지워가는 바다

수평선 아득히 바람 부는 이월에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 각혈하듯 피어나

매일 입속으로 한 움큼씩 털어 넣던 동백 꽃송이

생강나무 산수유 노오란 꽃송이들

파도 소리를 콧노래 삼아

둘은 늘 붙어 다니며 흥얼거렸다지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처럼

! ! 떨어지는

동백 꽃송이 한 움큼씩 털어 넣고

저녁답 붉은 노을은 매일 얼굴을 바꿔가며

구름처럼 흐르기만 하고요

싸한 봄바람 노오란 한 가닥이

입에 물고 있던 붉은 입김으로

막 토해내는 동백 꽃송이

 

 

*경남문학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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