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 1편)
ㅡ주선화
길을 걷다가
길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길은 걷기 힘들다
가볍게 스며들 듯이 가야 한다
길은 걷는 게 아니라
걷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냥 가고 있다
생각이 편해야 길도 편하다
날개를 펴고 나르는 왜가리
눈에 보이지만 소리는 없다
물 위로 내려서야
크고 하얀 왜가리다
노래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들려지는 거다
노래인 듯 길인 듯
시가 되어 하나가 된다
새파란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파란 수국
거제 가는 길
파랗다 파랗게 질렸다
울음소리조차도 파랗다
아직 새파란 젊은 오빠 밤사이
다시 못 올 길로 허망하게 먼저 갔다
투정과 장난기 심한 어린 사내아이 둘 남겨두고
아무도 모르는 길 저만 알고 갔다
수국이 파랗게 부풀어 올랐다
진저리치도록 무장무장 피었다
수국 수국 하며 무덤까지 따라갔다
파랗게 질리도록 하늘이 울었다
오늘도 거제 간다
새파란 젊은 사내 둘 앞장세워 간다
*문학 秀 제 15호 (2022년 7,8월호)
시
길을 걷다가
길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길은 걷기 힘들다
가볍게 스며들 듯이 가야 한다
길은 걷는 게 아니라
걷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냥 가고 있다
생각이 편해야 길도 편하다
날개를 펴고 나르는 왜가리
눈에 보이지만 소리는 없다
물 위로 내려서야
크고 하얀 왜가리다
노래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들려지는 거다
노래인 듯 길인 듯
시가 되어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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