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벽돌 한 장의 길 /주선화

주선화 2022. 12. 19. 14:34

벽돌 한 장의 길

 

-주선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휘청인다

손바닥 크기로 이어진 길

길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에 갇혀 길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은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고

자전거가 비껴가기도 한다

잠깐 멈추고 강 건너편을 바라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길이 길을 버린다

길을 물고 끝까지 놓지 않는다

한발 한발에 힘을 준다 꾹 꾹

벗어나면 지는 거다

길에 몰두한다

길을 물고 서기 위해 신경이 곤두선다

누구를 위한 길인가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모두에게 닫혀 있다

길게 이어진 길 위에 서서 길도 길이 되고 싶었을까

벗어날수록 버둥거릴수록 길은 길을 물고 놓지않는다

 

구순의 울 어머니

새들새들하며 저만치 앞서 걸어가신다

 

 

*마산문학 발표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 / 주선화  (0) 2022.12.20
마른 아귀 / 주선화  (0) 2022.12.19
갤러리 두모악 / 주선화  (0) 2022.12.14
시(외 1편) / 주선화  (0) 2022.06.24
가포, 동백 / 주선화  (0) 202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