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한 장의 길
-주선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휘청인다
손바닥 크기로 이어진 길
길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길에 갇혀 길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은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고
자전거가 비껴가기도 한다
잠깐 멈추고 강 건너편을 바라본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길이 길을 버린다
길을 물고 끝까지 놓지 않는다
한발 한발에 힘을 준다 꾹 꾹
벗어나면 지는 거다
길에 몰두한다
길을 물고 서기 위해 신경이 곤두선다
누구를 위한 길인가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모두에게 닫혀 있다
길게 이어진 길 위에 서서 길도 길이 되고 싶었을까
벗어날수록 버둥거릴수록 길은 길을 물고 놓지않는다
구순의 울 어머니
새들새들하며 저만치 앞서 걸어가신다
*마산문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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