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주선화 2023. 1. 4. 10:05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이예진

 

 

금값이 올랐다

언니는 손금을 팔러갔다

 

엄마랑 아빠는 이제부터 따로 살 거란다

 

내가 어릴 때, 동화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언니의

숙제를 찢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니도 화

가 나서 엄마의 가계부를 찢었고 엄마는 아빠의

신문을 찢고 아빠는 달력을 찢다가, 온 세상에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끝난다

 

손금이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집에 남고 싶은 것은 정말로

나 하나뿐일까? 언니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더는 찢을 것이 없었다 눈이 쌓이고 금값이 오

르고 검은 외투를 꽁꽁 여민 사람들이 거리를

쏘아 다녔다

 

엄마는 결국 한 돈 짜리 목걸이를 한 애인을 따

라갔지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따로 따로 떨어지는 눈과

따로 노는 낡고 지친 눈빛을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겼다

 

 

 

* 나의 감상

현대시의 눈을 본다

나도 배울 것이 많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