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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처럼 / 안차애

주선화 2024. 1. 18. 10:10

시나몬처럼

 

-안차애

 

 

시나몬 가루의 맛는

오후 2시와 20살 사이에 핀 브라운

 

시몬 드 보부아르라든가 그녀의 책을 안고 만나던 당신?

시나몬은 음식이 아니라서 먹고 있어도

그리워집니다

 

시나몬은 매직처럼 솔솔 뿌립니다

늦은 끼니의 식빵은 그냥 빵이기를 거부합니다

식어가던 우유는 우유만은 아니라고

도리질하고요

 

반 스푼의 가루로

 

흩어지는 꽃

돋아나는 숨소리

뿌려지는 웃음소리

꽃도, 숫자도, 웃음소리도 아닌 당신이 톡톡

 

너무 가벼워서 풀풀 날리는

형체도 없이 떠도는

 

삼키지 못한 기척이 쑥쑥 자라납니다

 

이 맛은 기억과 통증 사이를 떠도는 브라운

너무 예민한 색깔은

삼키기도 전에 콜록거립니다

 

시나몬을 뿌립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할 가루들이 지나간 내일처럼

톡톡

 

아, 참

시나몬은 달콤해서 사나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