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김영미
마당 그네에 앉아 다리를 흔든다
다리를 흔들 때마다 그네가 간지럽고 간지러움처럼
구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먼 산에서 시작한 비가 가까운 산으로 온다
천변으로 온다 멀리서 가까이로 비가 다가온다
담 넘어까지 도착한다
그네 앞까지 오면 얼른 뛰어가야지
손을 머리에 얹고 찰박거리며 도망가야지
하지만 비는 담 너머에서부터 더 다가오지 않는다
이상한 비야
힘껏 구르면 발끝이 젖을 것도 같지만
비의 세계에 닿을 것도 같지만
비와 나는 마주보고만 있다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 김복희 (0) | 2024.04.23 |
---|---|
나뭇잎 피어날 때 피어나는 빛으로 / 손택수 (0) | 2024.04.16 |
미조항 / 정진혁 (0) | 2024.04.12 |
그 여자의 레시피 / 박길숙 (0) | 2024.04.08 |
이사 2 / 서진배 (0) | 2024.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