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대치 / 김영미

주선화 2024. 4. 13. 13:27

대치

 

-김영미

 

 

마당 그네에 앉아 다리를 흔든다

 

다리를 흔들 때마다 그네가 간지럽고 간지러움처럼

구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먼 산에서 시작한 비가 가까운 산으로 온다

천변으로 온다 멀리서 가까이로 비가 다가온다

담 넘어까지 도착한다

 

그네 앞까지 오면 얼른 뛰어가야지

손을 머리에 얹고 찰박거리며 도망가야지

 

하지만 비는 담 너머에서부터 더 다가오지 않는다

 

이상한 비야

 

힘껏 구르면 발끝이 젖을 것도 같지만

비의 세계에 닿을 것도 같지만

비와 나는 마주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