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그렇습니다 / 김소연

주선화 2024. 4. 25. 14:15

그렇습니다

 

-김소연

 

 

응, 듣고 있어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라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입술을 조금씩 움직여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다시 그 이야기를 했고 한참이나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또다시

그 이야기를 반복했다

 

다른 말을 했어야 한다고 그녀는 여기는 듯했다

겨우 그런 말이 그 사람과의 마지막 말이라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듯했다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 듯했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비친 우리의 머그잔과 머그잔 속 커피에 비친

등불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그녀에게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자꾸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가게 되었을 때 그 사람과 나는 

나란히 앉아 그녀를 안타까이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그 사람이 그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응, 듣고 있어

그녀에게 들리든 들리지 않든

그 사람과 나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놓고서 기다렸다

그녀가 한 번쯤 이쪽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