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자
-고성만
문자가 온다
언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를테면 그녀는 나의 업보,
여러 명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때 만났던 역 앞에 쪼그려 앉아 끄덕끄덕
수없이 지나가는 그녀 닮은 사람들
막상 나타난 그녀는 언니 혹은 어머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처음인 듯
눈가에 쏠려 있는 주름을 따라 도착한 들녁 끝 바닷가
그녀는 다른 남자 곁에서 나는 다른 여자 곁에서
함께 걸었으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비바람 천둥 번개
번쩍이는 섬광 속
막차 끊긴 종점 빗물여인숙에서 주전자의 물을 들이켰던가
흰 머리칼 듬성한 나이에 다시 만나
혁명을 도모할 일도
뼈에 사무친 후회도 없다 다만,
잊는 것보다
잊히는 것이 슬퍼서
노래방에 들어가
김광석 노래 서너 곡 악을 쓰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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