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옛날 여자 / 고성만

주선화 2024. 5. 16. 10:20

옛날 여자

 

-고성만

 

 

문자가 온다

언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를테면 그녀는 나의 업보,

여러 명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때 만났던 역 앞에 쪼그려 앉아 끄덕끄덕

수없이 지나가는 그녀 닮은 사람들

막상 나타난 그녀는 언니 혹은 어머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처음인 듯

눈가에 쏠려 있는 주름을 따라 도착한 들녁 끝 바닷가

그녀는 다른 남자 곁에서 나는 다른 여자 곁에서

함께 걸었으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비바람 천둥 번개

번쩍이는 섬광 속

 

막차 끊긴 종점 빗물여인숙에서 주전자의 물을 들이켰던가

흰 머리칼 듬성한 나이에 다시 만나

혁명을 도모할 일도

뼈에 사무친 후회도 없다 다만,

잊는 것보다

잊히는 것이 슬퍼서

노래방에 들어가

김광석 노래 서너 곡 악을 쓰며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