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봉
-김경숙
분봉 중인 아까시꽃들
새로 생긴 나뭇가지 끝으로 한 뭉치
꽃무리가 부풀어 갑니다
저건, 분명히 벌들에게 배운 방식일 겁니다.
꽃들은 벌의 속도로
봄밤과 초여름 밤을 날고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선 알전구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합니다만
똑딱, 피고 지는 스위치들 주변은
늘 거뭇한 먹구름이 끼어 있기 마련입니다.
분봉 속엔 한 마리 중심이 붕붕거립니다.
마침표 하나가 막아버린 벌통 입구를 오해라 말하지만
오해를 직역하면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중심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나뉘면서 생기는 일이니까요.
오늘 밤엔 꽤 먼 곳까지 벌들이 날아갔다 오려나 봅니다. 북두칠성 부
근에서 가뭇한 벌 한 마리가 밤나무 한 그루를 몇 센티쯤 여름 쪽으로 끌
고 간 것이 보인다면 그쯤, 텅 빈 새 벌통을 가져다 놓기 좋은 장소일 것
입니다.
세상은 좁아지고 다시 넓어지고
다시 좁아져도 늘 똑같은 크기를 유지합니다.
가령, 사과 씨 하나가 옮겨놓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는
새로운 태양계의 군락지가 탄생하니까요.
밤새 꽃들은 아득한 별자리를 향해 분봉하려나 봅니다
그사이, 달콤한 봄이 몇 킬로미터를 북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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