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24년 천강문학상 시부문 대상

주선화 2024. 7. 17. 09:39

분봉

 

-김경숙

 

 

분봉 중인 아까시꽃들

새로 생긴 나뭇가지 끝으로 한 뭉치

꽃무리가 부풀어 갑니다

 

저건, 분명히 벌들에게 배운 방식일 겁니다.

 

꽃들은 벌의 속도로

봄밤과 초여름 밤을 날고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선 알전구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합니다만

똑딱, 피고 지는 스위치들 주변은

늘 거뭇한 먹구름이 끼어 있기 마련입니다.

 

분봉 속엔 한 마리 중심이 붕붕거립니다.

마침표 하나가 막아버린 벌통 입구를 오해라 말하지만

오해를 직역하면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중심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나뉘면서 생기는 일이니까요.

 

오늘 밤엔 꽤 먼 곳까지 벌들이 날아갔다 오려나 봅니다. 북두칠성 부

근에서 가뭇한 벌 한 마리가 밤나무 한 그루를 몇 센티쯤 여름 쪽으로 끌

고 간 것이 보인다면 그쯤, 텅 빈 새 벌통을 가져다 놓기 좋은 장소일 것

입니다.

 

세상은 좁아지고 다시 넓어지고

다시 좁아져도 늘 똑같은 크기를 유지합니다.

가령, 사과 씨 하나가 옮겨놓은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는

새로운 태양계의 군락지가 탄생하니까요.

 

밤새 꽃들은 아득한 별자리를 향해 분봉하려나 봅니다

그사이, 달콤한 봄이 몇 킬로미터를 북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