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24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주선화 2023. 12. 23. 09:46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김복희

 

 

쌀 씻는소리

오이를 깎는소리

수박을 베어 무는소리

미닫이 문이 드륵드륵 닫히는 소리

 

딱 하나면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

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조용히 우는 소리

틀어 놓은 텔레비전 위로

막막한 허공의 소리

손톱으로 마른 살갖을 긁는 소리

죽은 매미를 발로 밟는 소리

 

이것 중에 무엇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런 거 맞나요?

나는 물었고

대답은 없었다

누가 벌써 대답을 가져간 것일까

다 두고 갈 수는 없나요?

아주 조용했다

누가 벌써 가져간 게 확실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않을 때의 기쁨

 

잠든 사람이 따라하는

죽은 사람의 숨소리

죽은 다음에도 두피를 밀고 나오는 머리카락 소리

벌려 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소리

 

세상에서 소리를 하나.....데리고 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