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공장
-안철수
오후 네 시는
손톱 밑이 까매져서 손톱이 잘 자라요
소음방지 귀마개에
종이컵 그득 물 한 잔 마시면 꽃은 피고요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나무는 잘 자라요
사막인데 오아시스도 없이
껍질을 열면 소음이 무성한데요
잘 자라는 나무의 영양분이죠
고장 난 나무에서
풀린 볼트가 낙과처럼 굴러다녀요
한 번쯤 비보다는 눈이 보고 싶은데요
눈 덮인 노르웨이 숲 오로라를 보고 있는 전나무처럼요
오늘은 새벽별과 저녁별 사이에 미세먼지가 심해요
지나가는 화물차를 부르고 있어요
뿌리채 뽑아 나무를 먼 곳에 보내주고 싶거든요
어디서든지 뿌리는 말을 잘 들으니까요
그 먼 나라는요
바다가 있고 강도 있고 계곡도 있어요
그러니까 말 잘 듣는 손과 발이 필요한 거죠
잠깐! 이 시간은 배가 많이 고파요
컵라면 하나 먹고 다시 시작할게요
고장 난 곳을 찾았거든요
소음은 싱싱하게 잘 돌아갑니다
오후는 이제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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