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제 31회 전태일 문학상 / 안철수

주선화 2024. 7. 12. 11:05

소음 공장

 

-안철수

 

 

오후 네 시는

 

손톱 밑이 까매져서 손톱이 잘 자라요

소음방지 귀마개에

종이컵 그득 물 한 잔 마시면 꽃은 피고요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나무는 잘 자라요

사막인데 오아시스도 없이

껍질을 열면 소음이 무성한데요

잘 자라는 나무의 영양분이죠

 

고장 난 나무에서

풀린 볼트가 낙과처럼 굴러다녀요

 

한 번쯤 비보다는 눈이 보고 싶은데요

눈 덮인 노르웨이 숲 오로라를 보고 있는 전나무처럼요

오늘은 새벽별과 저녁별 사이에 미세먼지가 심해요

 

지나가는 화물차를 부르고 있어요

뿌리채 뽑아 나무를 먼 곳에 보내주고 싶거든요

어디서든지 뿌리는 말을 잘 들으니까요

 

그 먼 나라는요

바다가 있고 강도 있고 계곡도 있어요

그러니까 말 잘 듣는 손과 발이 필요한 거죠

잠깐! 이 시간은 배가 많이 고파요

컵라면 하나 먹고 다시 시작할게요

 

고장 난 곳을 찾았거든요

소음은 싱싱하게 잘 돌아갑니다

 

오후는 이제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