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어부
주선화
첫 새벽,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그 맛
당신은 겨자가 들어간 간장파
나는 예나 지금이나 초고추장파
간장이 아무리 맛있다 해도 나는 아니다
당신과 나는 태생부터 다른 입맛
눈알이 빠질 정도로 심한 백일해 기침
죽는다고 했다는데
나는 모르는 이야기
바람이 들었든가 흔들거렸든가 그냥 깃들었든가
자라면서 칠판 글자가 잘 보이질 않아
눈이 나쁜 데는 가부리회*가 최고라고
흔들어 깨우시던
감포 어부 아버지 회 맛은 세상에 없는 맛
초저녁에 조업 나가 새벽에 돌아와선 전속 요리사보다 빠르게
갓 잡은 가부리회 한 접시 펼쳐놓고 나를 깨웠다
아버지는 그것으로 사랑을 증명했지만
살림살이는 허리띠를 졸라매도 제자리걸음
동트기 전 눈 비비며 먹던 꼬들꼬들한 그 맛
바다에는 어슴푸레하다 해가 떠오르고
주위가 붉게 피어나는
붉디붉은 그 바다
참맛,
* 가오리
*2024년 경남문학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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