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부석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0]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죽음도 불사한 '사랑의 의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14
사랑의 기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9] 사랑의 기교 2 ―라포로그에게 -오규원 '사랑'은 멍청한 말…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기교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 그리고 이 동어 반복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13
서울역 그 식당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8] 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합니다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13
열애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7] 열애 -신달자 상처처럼 온 당신… 그리움으로 욱신거린다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13
가난한 사랑 노래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6]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진 것 없어도 사랑하는 어여쁜 청춘이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13
저녁에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5] 저녁에 -김광섭 살아온 날들… 그 글썽임이 별빛으로 빛나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08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4]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도종환 다시 만나자, 당신은 흙이 되고 내가 바람이 되어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07
갈증이며 샘물인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3] 갈증이며 샘물인 -정현종 사랑하는 너, 내 마음속의 시소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1999년> ▲ 일러스트=클로이 스무 살 언저리 어느 날, 친구 손에 이끌려 아주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06
새벽밥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2] 새벽밥 -김승희 그래도, 껴안을 수 있는 사랑이 있기에…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2006년> ▲ 일러스트=이..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06
남편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1] 남편 -문정희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200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