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畵 / 한영순 누드 畵 / 한영순 쪽물 체험 있다기에 처음 가본 작은 절집 구릿빛 만월이 유난히 눈부신 자꾸 웃음보 터지게 하는 법명이 대안大眼이라시지만 참말로 거적눈인 스님이시지만 가사 한 자락 척 걸치시면 신통하게도 천왕산 소나무 한 잎 흐트림 없다 헐렁한 허리춤에 한쪽 손 쑤욱 넣은 채 비죽비죽 걸.. 흥미 있는 시 2010.10.17
아줌마, 아내 / 복효근 아줌마, 아내 / 복효근 나 혼자 심심할 것 같다고 병실 바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한 봉다리 마늘을 가지고 와선 TV. 보며 마늘을 까는 여자, 배울 만큼 배웠다는 여자가 미간을 찌뿌리고 나가는 간호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뭐, 어때 하면서 마늘을 깐다 산중에 곰이 제 배설물 냄새로 제 영역을 표시하듯.. 흥미 있는 시 2010.07.27
시각장애인 시공모전 대상작 월광 / 김현주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E단조로 연주하고 있으면 어느새 달빛이 내게로 쏟아진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셋잇단음표들의 무도가 손가락을 거쳐 팔로 심장으로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마침내 마음의 심연까지도 출렁이게 하는 것이다 아슬하게 이어지는 선율이 옥타브를 넘나들며 도약할 .. 흥미 있는 시 2010.07.12
가족도감 ㅡ 베트남 엄마 / 박후기 가족도감 ㅡ 베트남 엄마 / 빅후기 엄마는 귀화식물, 주로 시골에 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원산지는 베트남, 겁이 많고 키가 작다 한국 전역의 산과 들에 피어나지만 엄마는 한국말이 서투르다 꽃말은 안녕하세요. 몸은 질기고 열매는 달지 않다 가슴 속 씨방에는 원산지에서 따라온 그리움이 젖멍울처.. 흥미 있는 시 2010.07.05
첫사랑 / 허의행 첫사랑 / 허의행 1 첫사랑의 여자가 있었다 짐승처럼 나만을 사랑해주었다 어엿한 젊고 잘 생긴 남편이 있는 유뷰녀인 나의 첫사랑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었다 남편이 밤낮으로 사랑해주는데도 서툴고 미숙했던 내가 해주는 사랑 을 남편의 능숙한 사랑보다 더 좋아했으며 순수한 사랑이라고 했다 남.. 흥미 있는 시 2010.06.15
좌욕 / 김지유 좌욕 / 김지유 이쁜이 수술을 끝내고 돌아온 그녀 펄펄 끓는 물로 소독을 한다 한번도 울어보지 못한 아기처럼 새로 태어난 가랑이, 축 늘어진 구멍만 넓어진 인생 바짝 죄어 한물간 애인이라도 부르러나 두 눈 질끈 감고 좁은 대야에 엉덩이를 주저 앉힌다 잘 익은 아랫도리 죄어올수록 세상이 환해진.. 흥미 있는 시 2010.05.08
페이스오프/ 김륭 페이스오프 /김륭 엎어지면 코가 닿는 곳으로부터 얼굴이 시작됩니다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혀가 갈라져 길이 뒤엉킵니다 뱀이 드나들던 창문을 닫고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책장처럼 접혀있던 거울 한 귀퉁이가 바스락거립니다 물 대신 불을 주어야하는 꽃밭입니다 동쪽에 두고 온 머리에 바.. 흥미 있는 시 2010.04.22
구미호 구미호 / 천지경 당신의 간을 원해요. 진정으로 날 사랑한다면 당신의 싱싱한 간을 내게 주세요. 간을 집에 두고 다닌다고요? 요즘 말단들은 간도 쓸개도 빼놓고 살아야 된다고요? 그렇다면 집에 있는 당신의 간은 깨끗한가요? 저런, 얼마나 속을 썩고 살았는지 박박 문질러 씻어도 악취가 나서 못 먹겠.. 흥미 있는 시 2010.04.20
굿모닝 / 문인수 굿모닝 / 문인수 어느날 저녁 퇴근해오는 아내더러 느닷없이 굿모닝! 그랬다. 아내가 웬 무식?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후 매일 저녁 굿모닝,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이제 아침이고 대낮이고 저녁이고 밤중이고 뭐고 수년째 굿모닝, 그런다. 한술 더 떠 아내의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여행을 떠나.. 흥미 있는 시 2010.04.16
이하석 신작 소시집 옛 이야기 서두처럼 / 이하석 내보이기 싫은 듯, 눈이 설 덮어놓은 오르막길. 미그러워서 길섶 뽀족뽀족 듣은 마른 풀들만 밟고 올라간다. 발밑 버석대는 소란은 굳은 얼음의 마음들 이 서로 치대어서 부러지는 소리. 그래도 딱딱 도시의 지하 바닥을 고르고 다지던 심한 잠꼬대 소리와 달리 아주 앙칼.. 흥미 있는 시 201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