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기차 좀 봐 / 홍성란 저 기차 좀 봐 / 홍성란 산 사람이나 생각하지 죽은 사람은 생각도 안해 그전에는 꿈에도 보이고 그러더니 요즘에는 보이지도 않아 무정한 사람 이라 꿈에도 안 보여 처음 여기 연화마을 왔을 때는 꿈에도 보이고 그러더니 여기 문 앞에까지 오고 그러더니 지금은 일절이 꿈에도 안 보여 야속해 영 원.. 흥미 있는 시 2010.03.27
겨울 죽령 겨울 죽령 / 김영재 둑한 술 털어 넣고 겨울 죽령 오른다 소백산 한 바람에 귀싸대기 맞아가며 매서운 추위를 업고 내 사랑 길을 간다 주막거리 담장 옆 기다리는 고사목 끊어질 듯 이어진 그 사랑 거기 있네 폭설로 막힌 눈더미 왈칵, 눈물 밴다 사과나무 그림자 눈 위에서 말 거네 싸하게 스쳐오는 환.. 흥미 있는 시 2010.02.26
똥파리 똥파리* /김상미 영화 <똥파리> 를 보았다. <똥파리> 속에는 ‘시발놈아’ 라는 말이 셀 수 없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은 보통 영화의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급이 높고 비장하다. 지랄맞게 울리고 끈질기게 피 흘리는 그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아무도 없는 강가에 가 소주 한 병을 마셨다. .. 흥미 있는 시 2009.12.31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사월의 사거리를 아시나요 오메, 징 한것 세곡동 사거리에 꽃마을이 있는데요 백목련. 자목련은 속곳 벗고 함지박에 들었고요 산수유. 개나리는 하필 왕릉 길에 널브러졌다요 앗따, 그 뿐 아니고요 홍매화 살구꽃은 앞니 훤한 어르신 뜰 앞에서 홍홍홍 웃음을 참느라 짐짓 모른척 키득이고요 첫 햇살.. 흥미 있는 시 2009.11.10
우리 시대 작가 열전 (정호승) 노래가 된 시 40여편 상처입은 영혼을 노래하네 ....... 풍경을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각 장애인 식물원 시각장애인 식물원에는 꽃들이 모두 인간의.. 흥미 있는 시 2009.07.28
경남 청소년 고등부 운문 대상 우리 동네 축산물 등급 판정소 줄지어선 돼지들 죽어야만 받는 등급 우리 동네 상봉동 명문 고등학교 붙어 앉은 아이들 살기 위해 받는 등급 살만 쪄라 한 평 남짓 우리 속 주는 것만 받아먹는 두 다리가 무색한 비곗덩어리 공부해라 작은 감옥 교실 껍데기만 외우며 나이가 무색한 목각인형 결국에는 .. 흥미 있는 시 2009.06.27
鳥葬(조장) 조장 (鳥葬)/ 김선태 티베트 드넓은 평원에 가서 한 사십대 여인의 장례를 지켜 보았다. 라마승이 내장을 꺼내어 언저리에 뿌리자 수십 마리의 독수리들이 달겨들더니 삽시에 머리카락과 앙상한 뼈만 남았다. 다시 쇠망치로 뼈를 부수어 밀보리와 반죽한 것을 독수리들이 깨끗이 먹어치웠다. 잠깐이었.. 흥미 있는 시 2009.05.21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김수영 그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자 한때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던 주름진 미간이 떨린다 두 줄 현 위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죄었다 풀며 현 위를 구르는 소리가 그를 이 세상 밖으로 밀어낸 건 아닌지 그가 빠졌던 숱한 구렁 그 굽이에서 건져올리는 저 질긴 소리 굿.. 흥미 있는 시 2009.05.19
도의리의 오월 도의리의 오월 / 곽미영 오월이 아우성이다 못 된 성질머리 이기지 못해 제 몸에 가시 밀어 올리는 두릅나무도 달래야하고 송이마다 메달린 하얀 그리움 아카시아 애절한 마음도 물어 날라야하고 어린 수염 쓰다듬으며 건방스레 바람결에 너울거리는 청보리 거드름도 다스려야하고 제 열정 숨기지 못.. 흥미 있는 시 2009.05.14
독사 독사毒蛇/김륭 독을 품고 사는 일보다 밥맛 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사랑한다고 죽도록 사랑한다고, 누군가의 목을 꽉 물어뜯는 한순간보다 오래 살고 싶은 때가 어디 있을까 저기, 대가리 빳빳하게 치켜든 독사 한 마리 질질 올챙이시절에 잘라버린 제 꼬리처럼 땅바닥에 끌고 가는 먹개구리보다 살맛.. 흥미 있는 시 200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