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시각장애인 시공모전 대상작

주선화 2010. 7. 12. 09:50

월광 / 김현주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E단조로 연주하고 있으면

어느새 달빛이 내게로 쏟아진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셋잇단음표들의 무도가

손가락을 거쳐 팔로 심장으로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마침내 마음의 심연까지도 출렁이게 하는 것이다

아슬하게 이어지는 선율이

옥타브를 넘나들며 도약할 때

한순간 건반 위를 흐르는 것은

이미 손이 아니라 어떤 뜨거움

그 옛적 먼 나라의 천재는

제 속의 광포한 열정을

어찌 이리도 고요하게 갈무리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광기는 그렇게 조용하고 은밀하게 오는 것이리

인간과 야수의 경계를 오가게 하며

유전의 법칙마저 조롱하는

달빛의 마술

그윽한 몽유의 지점에서

나는 깨고 싶지 않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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