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깃거리

사이버 문학 집배원

주선화 2008. 4. 28. 20:32
<조선일보>시와 소설 전하는 '사이버(문학나눔) 문학 집배원'
  • 글쓴이: 은비
  • 조회수 : 9
  • 08.04.2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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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어디를 가봐도 우리나라처럼 시와 시인이 사랑을 받는 나라가 없어요.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시를 배달하겠습니다."(시인 나희덕)

"유럽에서는 소설 낭독회가 아주 활성화돼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멋진 낭독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소설가 김연수)

소월시문학상을 받은 나희덕(42·조선대 문창과 교수) 시인과 동인문학상의 작가 김연수(38)씨가 사이버 공간에서 시와 소설을 배달하는 문학 집배원으로 활약한다. 문학 전문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문화나눔추진단(단장 박정자)으로부터 최근 문학 집배원 위촉을 받은 두 작가는 5월 1일부터 1년간 각각 '나희덕의 시 배달'과 '김연수의 문장 배달' 코너를 운영한다.

"존재하는 미미한 것들의 아픔을 부드럽고 투명한 언어로 감싸는" 시를 써 온 나희덕 시인과 "폭넓은 인문학적 지성을 바탕으로 인간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소설들을 발표해 온 소설가 김연수씨는 2000년대 한국문학의 돋보이는 주자들이다.

▲ 나희덕 김연수

두 작가는 각자 선정한 시와 소설에 해설을 붙이고, 문학나눔(www.for-munhak.or.kr)은 그림과 사진, 애니메이션 등을 곁들여 매주 월요일(나희덕의 시 배달)과 목요일(김연수의 문장배달) 아침 이메일을 통해 전국의 회원들에게 편지를 배달한다. 나희덕 시인은 "손택수 시인의 〈아버지의 등을 밀며〉로 5월 시 배달의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성복의 〈샘가에서〉, 신경림의 〈나의 신발이〉, 이장욱의 〈동사무소에 가자〉를 소개한다.

나 시인은 평소 유명 시인의 작품 위주로 시를 소개하거나 시선집을 내는 데 비판적이었다. 시선집을 내자는 제안도 여러 번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던 그녀가 시 배달부로 나선 것은 그래서 '신선한 변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8월부터 석 달간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마련한 창작 프로그램 과정에 참여한 뒤로 시인으로서 제가 할 일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미국 사람들, 정말 시를 안 읽더군요.

우리 시인들이 독자들로부터 받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나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달 목록을 짤 때는 매미처럼 우렁찬 노래를 부르는 시인들의 작품과 함께 아직 귀뚜라미 소리에 불과한 젊은 신예들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생각이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최근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을 번역하는 등 영·미 소설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김연수 작가는 "다양한 외국 소설을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5월에 배달할 다섯 편의 작품 가운데 편혜영 소설집 《사육장 가는길》 등 2편만 우리 소설이고, 나머지 세 편이 외국 작품이다.

그는 특히 문장의 아름다움보다는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서사의 긴장감과 재미를 집중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저는 소설의 재미가 인상적인 장면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문장은 그 다음 문제죠. 그래서 삶의 극적인 전환점을 묘사하는 장면들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폴 오스터의 장편 《달의 궁전》에서 파산한 남자가 마지막 달걀을 먹는 장면을 고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인공이 그 계란을 떨어뜨리고 우는 장면을 낭독합니다. 그의 인생이 이 사건을 전후해서 달라지거든요."

김씨는 2002년과 2005년 영국과 독일을 여행하며 현지 낭독회에 참석한 뒤로 낭독 문화 확산에 관심을 쏟고 있다. 5월에는 소설의 특정 부분을 쓸 때 자신이 들었던 음악을 독자들과의 낭독회에서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해당 부분을 읽어 주는 이색 낭독회를 연다. 그는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식으로 낭독을 즐기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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