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의 복화술複話術 /김 륭
1.
당신 또한 물고기와 말을 섞은 적은 없을 거요. 깜빡 죽은 듯 잠들었을 뿐인데, 잠들기 전 배가 고팠고 잠드는 일이 밥 먹는 일보다 골치 아파진 십분 전이었는지 백년 전이었는지 살짝, 궁금했을 뿐인데 서너 통의 폰이 울었소.
여긴 푹푹 찌는데 거긴 어떠냐? 그래, 이 찜통에 어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하긴 늙으면 죽어야지. 어쨌거나 식은 밥이라도 물에 말아 꼭 챙겨먹어라. 쌀은 안 떨어졌냐?
빌어먹을, 산 놈 죽은 놈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폰 때문에 당신 또한 부르르 살을 떨어본 적은 있을 거요. 걱정 마. 요즘 세상에 쌀은 무슨, 간당간당 숨이 떨어져 간다는 입 꼬리를 감아올리는 아가미 사이로 쓰-윽 칼이 들어왔소. 칼질은 역시 어머니요. 칼잠 덕분이오.
별이 아빠, 별이 걱정은 마. 물 만난 물고기 같아. 워싱턴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거야. 그런데 당신은 재혼 안 해? 더 늙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어쩌란 말이오. 이미 여러 번 죽어보았다는 듯 감기지 않는 눈, 빛은 눈물을 금단추처럼 매달아 등을 떠밀지만 나는 돌아갈 집이 없소. 집 대신 죄를 짓고 산 것은 보다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이오.
그렇소. 한 번도 물고기와 살을 섞은 적은 없었지만 당신 또한 이런 말을 중얼거려보았을 거요. 더 이상은 뜨거워지면 안 된다, 이건 인간의 문장이 아니오. 도마를 침대로 사용하는 도다리가 침대를 도마로 개조한 내게 읽어주는 감성돔의 검게 그을린 피부요.
나는 머리 쪽으로 쏠린 피를 뽑기 위해 전화를 씹었소. 꾸역꾸역 씹었소. 미안하오, 나는 북어가 아니오. 복어로 살지도 못했소. 울컥 배를 갈라 내장을 긁어내는 칼날 휘둥그레진 생生의 통점을 한 치도 비켜가지 않는 목소리, 뚜뚜뚜 뚜뚜뚜……
큰 오빠? 아직 살아있네. 죽은 줄 알았잖아. 어쩜 전화 한 통 없어. 어디 아파. 폰은 왜 그래. 일부러 끊는 거야.
아니, 걱정 마. 폰보단 숨통 먼저 끊길 거야. 얼마나 다행이니?
……, 그래, 그러니까 신경 끊어.
2.
나는 지금 껌벅껌벅 눈만 살아 침대 위에 누워 있소. 눈물이 바짝, 말라붙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물고기를 부정할 순 없소. 횟집접시 위의 싱싱한 감성돔이 되어 옆구리를 읽고 싶을 때가 올 거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쿡쿡, 몇 통의 전화가 숨통을 찔러올지는 모르오.
<서정시학 2008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