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에서 / 윤성학
며칠째 장맛비가 내리는데 강가에 나갔습니다
상류에서 자꾸만 우는 소리가 들려서
우산 쓰고라도 나가봐야 했습니다
강물은 젖이 불어서
날더러 빨아달라고 빨아달라고
졸라대는 것이었습니다
댓발이나 나온 그 유방을 빨 줄 몰라
그저 강 언저리에 앉아
그녀의 유선에 손을 담그고
만지작 거리기만 했습니다
젖몸살이 아파 뒤척이는데 안타까워서
한참을 나란히 걸어줄 뿐이었습니다
멀리 댐이 보였습니다
막혀 있는 것들은 그 내면이 자꾸 부어올라서
몸집이 따라 부풀고
몸집이 커지는게 아파서 또 웁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가슴을 입에 뭅니다
갇혀서 몸이 부풀릴 땐 서로가 서로에게
몸살이었지만
가볍게 몸을 낮추려고 마음 먹은 것들
낙폭의 저 아래로 떨어지는 것들은
스스로 일생일대의 환호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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