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돌의 새

주선화 2009. 11. 24. 19:19

돌의 새 / 장석남

 


노란 꽃 피어

 산수유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

 산수유나무 새가 되어 날아가도

 남은 산수유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산수유나무

 

 너는 가고

 가고 남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너를

 달리 무엇이라고 부르나

 

 길 모퉁이에 박힌 돌에 앉아서

 돌에 감도는

 이 냉기마저도 어떻게 나누어 가져볼 궁리를 하는 것도

 새롭게 새롭게 돋는 어떤 새살(肉)인 모양인데

 

 이 돌멩이 속에 목이 너처럼이나 긴

 새가 한 마리 날아간다

 날아가긴 해도 그 자리에서만 날아가고 있다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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