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다 / 주선화
산길을 가다
보랏빛 살랑거리며 손짓하는 산도라지를 봤다
높은 곳 돌틈 사이 헤집고
도라지 너덧 뿌리 깨고
일어설 즈음
왱왱거리는 벌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잘못이었다
벌집을 건드렸다
땅속에 집을 지은
서너 마리에서 삼십 마리로
부붕거리며 사방에서 에워싸는
머리가 따금거리고 얼굴이 벌개지고
팔 다리 어깨 성한 곳 없이 쫓겨
급히 내려오니
귓속에서도 벌이 나오고 머리카락 속에서도
옷 속에서도 벌이 나온다
병원으로 내달리며
욕심을 부린 것인가
벌이다,
소리가 얼핏
스치기도 한것 같은데
*경남문학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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