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벌이다 / 주선화

주선화 2010. 9. 13. 10:40

벌이다 / 주선화

 

 

산길을 가다

보랏빛 살랑거리며 손짓하는 산도라지를 봤다

높은 곳 돌틈 사이 헤집고

도라지 너덧 뿌리 깨고

일어설 즈음

왱왱거리는 벌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잘못이었다

벌집을 건드렸다

땅속에 집을 지은

서너 마리에서 삼십 마리로

부붕거리며 사방에서 에워싸는

머리가 따금거리고 얼굴이 벌개지고

팔 다리 어깨 성한 곳 없이 쫓겨

급히 내려오니

귓속에서도 벌이 나오고 머리카락 속에서도

옷 속에서도 벌이 나온다

병원으로 내달리며

욕심을 부린 것인가

벌이다,

소리가 얼핏

스치기도 한것 같은데

 

 

 

*경남문학 가을호

 

 

 

 

 

'발표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바람꽃 / 주선화  (0) 2011.09.06
에델바이스 / 주선화  (0) 2010.12.22
감은사지에 들다 / 주선화  (0) 2010.09.07
에델바이스 / 주선화  (0) 2010.08.30
거리 귀신 / 주선화  (0)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