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종각 앞에서- 최영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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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우면 무겁다고 진즉 말씀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이제 그만 이 짐 내려달라 하시지 그러셨어요 내가 이만큼 이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좀 나누어 지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쉬엄쉬엄 한숨도 쉬고 곁눈도 팔고 주절주절 신세타령도 하며 오시지 그러셨어요 등골 휘도록 사지 뒤틀리도록 져다 나른 종소리 지금 한눈팔지 않고 저 먼 천리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뒤틀린 사지로 저리 바쁘게 달려가는 당신 앞에서 어찌 이승의 삶을 무겁다 하겠습니까 고작 반백 년 지고 온 이 육신의 짐을 어찌 이제 그만 내려달라 하겠습니까
☞ 무거운 짐을 이고 지며 평생을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신 당신! 개인적으로 볼 때 부모님이거나 배우자 중 한 분이겠지요. ‘개심사’에 들러 마음이 열리면서 다시 한번 보게 된 당신의 삶! ‘종각’ 앞에서 범종소리를 들으며 당신의 한평생이 저 종소리처럼 왔다가 흘러간다는 생각에 젖어듭니다. 저 종소리처럼 등골이 휘는 연이은 고통 속에서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달려가시는 당신! ‘맥놀이’ 현상이란 게 있습니다. 진동수가 다른 두 소리가 겹쳐졌을 때 서로 간섭하며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인데요, 앞선 소리를 계속되는 뒷소리가 밀어내면서 멀리멀리 흘러가게 만든다고 합니다. 오늘따라 구곡간장 후비며 돌아나가는 범종소리! 그 종소리는 사지가 뒤틀리듯 일렁일렁 밀고 당기며 이승의 삶을 넘어 어쩌면 저승까지도 흘러갈지 모를 당신의 삶이겠지요. 우리네 삶의 굴레가 또한 그러하여서 고해의 바다에 파도가 일렁이듯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문득 종소리가 들려오면 얼른 종소리에 올라타세요. 거기에 인생이 있고 당신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파동의 크기와 길이를 느껴보세요. 그 앞에서 어찌 이승의 삶을 무겁다 하겠습니까. -최석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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